아이패드의 이북 기기로서 유일하게 발목을 잡는 것은 아마도 무게일 것이다. 680그램의 무게는 왠만한 전공서적 무게로 얇고 가벼운 페이퍼백과 무게에서 경쟁이 안 될 듯 하다.
보그같은 잡지가 약 500그램 정도 된다고 한다. 컨텐츠의 퀄리티가 괜찮은 편인 두산의 잡지들은 보통 GQ+보그, W+GQ 하는 식으로 합본도 판매하는데 이런 패키지는 1킬로그램에 육박하게 된다. 한번씩 교보에서 잡지와 책 한권만 담아도 들고 오는 내내 무게감을 느끼게 된다.
잡지가 가장 문제가 될 때는 이사를 하거나 해외로 공부를 하러갈 때일 것이다. 잡지의 기사를 매번 참고할 필요는 없지만, 레이아웃이나 비쥬얼의 구성, 해당 시기의 트렌드를 참고하고 싶을 때는 요긴하게 사용된다. 이는 어느 정도 시기성에서 자유로운 책과 그 때 그 때 단편적으로 존재하는 뉴스기사 사이의 간극을 메꿔주는 역할을 잡지가 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버릴 수 없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무게를 감당할 수 이다. (실제로 W같은 잡지를 한 손에 올리고 보는 노력은 아이패드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구입시점이 생명이기 때문에 컨텐츠 구입도 간편해야 된다. 무엇보다 잡지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비쥬얼과 레이아웃, 인터페이스를 잘 표현해야 된다.
이쯤되면 출판 시장에서 가장 먼저 아이패드에 잠식당할 가능성이 있는 매체가 떠 오를 것이다. 바로 ‘잡지’이다. 잡지의 원가를 따져보면 가격환산이 불가능하다. 잡지는 광고를 판매하고 그에 대한 수익금으로 컨텐츠를 제공한다. 신문이나 방송과도 비슷하지만, 그 어떤 매체보다 인터넷에 가까운 수익 모델을 일치감치 보여주고 있었던 매체이다. 미국에서 티켓마스터 같은 공연웹사이트에서 티켓 예매를 하면 롤링스톤즈 1년 무료 구독같은 행사를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실제로도 그렇게 비싸게 판매하는 편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잡지라는 형태는 책이라는 호스팅에서 정기적으로 제공되는 컨텐츠였다.
이런 잡지들이 아이패드로 이행하면, 원래 잡지의 특성을 모두 획득하고도, ‘앱 판매’, ‘앱 중간 광고’ 등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 특히, 기존 인터넷에서 보기 힘든 역동적인 컨텐츠 구성을 앱 형태로 잘 옮기기만 하면 유료화로 고심하고 있는 신문보다 더 빠르게 수익모델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와이어드 같은 앱들은 그런 가능성을 보이고 있으며, 실제 방송사 텔레비전 시트콤 같은 컨텐츠들은 이미 매거진 형태의 구성을 하고 앱으로 소개되고 있다. 웹의 초기에 웹진 형태로 표현되던 것들이 아이패드라는 새로운 기기로 활력을 얻게 된 것이다. 특히, 쌓아둘 필요가 없고 무겁게 들고 왔다 갔다할 필요도 없다. 비싼 종이를 써야 했던 자원낭비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단순히 신문 기사나 인터넷 뉴스 처럼 짧은 기사 단위로 소비될 필요도 없이 ‘매거진’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생각해보면 잡지는 꼭 서점에서만 판매되란 법도 없다. 전철역이나 버스 정류장의 키오스크에서 판매되는 양도 상당하다. 이는 3G통신망과 연결된 북스토어나 앱스토어 혹은 무료 팟캐스트를 통해 훨씬 더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이 기사에서도 보여지듯, 기존의 출판 유통 채널과 아이패드간의 충돌은 잡지에서 가장 먼저 실질적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이는 어차피 잡지 자체가 거대한 광고소비 채널이기 때문에 그 동안 수익모델의 효율성에 대해서도 별다른 논의가 없었고, 굉장히 유연한 태도를 취할 수 있었던 점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잡지는 무게나 유통형태 면에서 온라인으로 배포하는 편이 훨씬 낫다.
국내에서도 아이패드 발매 이후에 가장 먼저 민감하게 반응할 곳이 잡지들이 아닐까 한다. 초기에 웹이 부여해주지 못한 ‘유료화’에 대한 가능성을 가진 아이패드이기 때문에 업체들 측에서 더 적극적으로 다가갈 듯 하다. 무엇보다, 작고 스타일리시한 가방에 들어가지도 않고, 새 종이를 잘 못 만져서 손가락에 생길 무수한 페이퍼컷과, 왠만한 두께의 잡지는 잘못 보다간 떨어뜨리던 경험들, 만원전철에서 잡지를 보호하려다 잘못 가방에 넣은 날에는 심하게 구겨진 커버모델의 원망어린 눈빛을 마주하던 경험에서 모두 안녕이다.
너무나 세련되고 견고한 아이패드를 가방에서 꺼내고 화려한 색감의 매거진 컨텐츠를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주밍한다고 생각해보라, 아 그리고 잡지 컨텐츠에 대한 심화조사와 아이템 쇼핑이 가능한 인터넷 검색 기능은 덤이다.
*블로그 SCiHiFi.net에도 동시에 포스팅






